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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 :: 2008/12/15 00:03



▲ W & Whale - 소리

황당한 일이다. 취미라고 하는 게, 운동이라고 하는 게, 꼭 밖에 나가서 장비와 함께 해야하는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 사소하게 보이더라도 강한 집중력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무언가를 끄집어낸다면 그 역시 훌륭한 놀이이자 취미가 될 수 있다.

그 양반이 그랬다. "저는 운동을 좋아해요. 수상 스키나.. 웨이크보드, 고등학교 때는 포켓볼 학원까지 다녔어요. 어떤 운동 좋아하세요?"

"아, 전 팔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맨손운동을 좋아해요. 기구를 쓰더라도 작고, 간편한 거 예를 들면 줄넘기 같은 거요. 전 바깥의 외부 대상을 지배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구기운동도 농구나 야구보단 손에 딱 들어맞는 라켓과 작은 공으로 하는 탁구가 좋아요."

"앗, 너무 갇혀 사신 거 아니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줄넘기 같은 거 얼마나 재밌는지 아세요. 전 3분 동안에 350회를 할 수 있어요. 3분씩 10회를 하면 총 3500개를 하게 되죠. 단순 동작인 듯해도 어느새 발목에 힘이 붙으면서 여러 가지 스텝이 생겨납니다. 왼발 오른발 앞뒤로 교차해서 뛰기, 무릎 들어올리면서 뛰기, 줄 같은 경우에도 엑스자 돌리기도 할 수 있고...특히 손과 발의 협응능력을 기르는 데는 줄넘기만한 게 없어요. 3분에 350개 못하면 아예..이건 뭐.."

말로 하기엔 부족해서 이야기하는 내내 줄넘기 동작을 흉내내야 했다.

"3분에 350개를 못하면 말을 말아라...이건가요?"

"에이 그건 넘 상투적이고요. 암튼 그래요."

그 양반은 본인 말대로 지극히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난 심각한 애정결핍증의 결과로 탄생한 보수적인 사람이 싫다. 그래서 초면임에도, 남녀평등의식이 '자리잡은' 요즘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밥값 22000원을 내고 유유히 낚지볶음집을 나왔다.

"잘 먹었...어요. 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네 집에 가는데요."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를 낭비했다는 후회는 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시간과 인간을 상대로 후회를 하게 된다면 그 역시 보수의 편에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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